최선을 다해 사는 삶
저번주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지 근 2,000년이 다 되어 가는 날이었습니다. 나도 그 날 아침에 묵상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실 전부터 내가 너무 조급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막상 2학년이 되니 모임의 대표도 맡게 되고, 한복도 만들어야 하고, 밀린 과제를 해야 하고, 부활절 공연 연습도 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 일이 쌓여 가는데 막상 나는 한참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내 행동은 엄청 느립니다. 원래부터 느꼈던 것이었지만 느린 게 왠지 더 여유롭고, 느린 게 왠지 더 꼼꼼하고, 느린 게 왠지 나와 더 친근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1학년 때부터 느리게 살아왔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고칠 점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와 느림은 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2학년이 되니 할 일이 쌓여가고,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을 느끼며 느리게 살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대충이라도 빨리빨리 하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게 나름의 변화라고 느끼며 ‘빨리 빨리’의 생활을 빨리빨리 습득하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빨리빨리 살았습니다. ‘대충이라도 이거 빨리 마치고 다른 거 해야지.’ 이렇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빨리빨리 사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조금 더 알차게 보이는 생활, 빨리 빨리 해야 알차지.’
그런데 내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살면서 느끼는 만족감보다 느리게 살면서 느꼈던 포근함이 그리워졌습니다. 마음은 무거워져가며 공허해지고, 갈수록 조급해졌습니다. 빠르게 살려고 할수록 실수를 더 많이 하게 되고, 놓치는 부분이 더 많아졌고, 그리고 그 상태에서 막상 내게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나는 그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달리려고 하는 망아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금요일이 되었는데 ‘오늘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날이니 정말로 최선을 다해 살자’라고 생각하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설거지하도 하고, 과학과제도 하고, 주전자 모임 준비등을 했습니다.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일이었지만 빨리빨리 하려고 애썼습니다.
순식간에 반나절이 지나가고 묵학 시간 때 과학과제를 하려고 보니 공책이 학교에 있었습니다. 모르겠다 싶어 우선 매일 하던 성경읽기와 하나님께 편지쓰기를 하는 공책을 꺼냈습니다. 오늘은 왠지 진지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바쁜 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에서 내게는 '쉼‘이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하면서 나의 자세가 많이 변해져있음을 느꼈습니다. 1학년 때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정성을 다해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하루일과를 생각하며 정리하고, 힘과 능력을 달라고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빨리 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생각은 온통 할 일 뿐, 그 안에 하나님에 대한 생각은 형식적 겉핥기에 불과했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나의 그 마음은 어디 갔지? 풀무에서 만났던 하나님의 마음을 나는 어디로 숨겼지? 왜 내 이 삶이 공허해진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내 안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할 일이 많다고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이 바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어리석은 모습, 그 모습의 뒷전에 있는 하나님의 자리. 내 마음의 보좌에는 어느덧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앉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이 이렇게 허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왠지 조금은 느리게 걷고 싶고,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매일하는 기도를 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썼습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느려도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생활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생각해봅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특성에 따라 다른 것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느린 나에게 나의 마음까지 잃어가면서까지 빠르게 사는 것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최선의 삶은 내게 닥친 할 일만 빨리 완성하기에 급급했던 삶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하자는 그 다짐 안에 처음 마음은 없고, 목적보다 수단이 더 중요해 진 삶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 삶은 공허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돌아가신지 3일이 지나고,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날입니다. 그리고 이 날, 나에게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음을 선언합니다. 더 이상 내가 이끄는 삶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이끄시는 삶이되었음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끄시는 삶은 나를 이해하시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힘주시는 삶일 것입니다. 느리더라도 그 속에서 고칠 것은 고치고 붙일 것은 붙여가며 미리 미리 준비하는 태도, 빠르기보다 부지런히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그 안에 주님을 향한 마음이 맨 처음이겠지요?
2학년 정 성 지
기도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
오늘도 화창한 날씨를 주시고 주님 앞에 나와 예배드리고 기도할 수 있게 하시는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 매우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느끼며 삽니다. 그런 자괴감으로 슬플 때도 있습니다. 자신을 내세우고 남을 용서하지 못하며 살 때 또한 많습니다. 이런 저희의 교만한 모습을 용서해주세요. 낮아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주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흔들릴 때가 많기도 합니다. 어디 계시는지, 기도는 들으시는지 의심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언제나 한결같으신 분이라는 것을 믿고 나아가게 해 주세요.
오늘은 특별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고 다시 새 생명으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똑같이 죄 때문에 죽지만 다시 새 생명으로 살아가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게 도와주세요.
오늘 하루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 수 있는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기도드렸습니다. 아멘.
3학년 이 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