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 들어올 때 내 꿈은 파티쉐였다.
단지 빵을 좋아하고 풀무에서는 농사를 배우니까 내가 지은 작물로 직접 빵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학교에서 제빵반, 사각(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꿈이 좀더 구체화되고 빵 외에 다른 식품에도 관심이 가고 한편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게 이게 맞는가 하는 의문도 생길 즈음에 ‘사각’에서 슬로푸드 문화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slowfood'는 죽과 같이 예전부터 먹어온 전통음식, 'fastfood'의 반대개념이니까 좋은 음식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평소 관심이 있어서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겨 좋았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운동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슬로푸드 문화원은 생각보다 규모는 컸지만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시설이 열악해 보였다. 체험관, 아카데미, 연구소 등 갖춰진 건 잘 되어 있었지만 텅 빈 느낌이고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강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체험관의 게시물들을 보여 주시며 설명해 주시는 걸 듣고 속은 알차다고 느꼈다.
슬로푸드운동은 단지 패스트푸드만을 문제 삼아 일어난 것이 아니다. 맥도날드의 진출과 더불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무노조 등 저급한 노동문화의 이탈리아 유입을 우려했다고 한다.
강의 내용을 듣고 슬로푸드 범위가 생각 이상으로 넓다는 걸 알고 내가 그동안 너무 짧은 범위만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유통과정부터 ‘천천히’를 강조하고 그렇게 생산된 건강한 식품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었을 때 진정한 슬로푸드라는 것이다.
처음엔 패스트푸드의 반대말, 천천히 먹는 음식, 유기농산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염려가 된다. 슬로푸드 개념부터 널리 알려져 바르게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지금 모습은 아무래도 산업혁명 이후의 모습일 거다. 바쁘다는 이유로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요즘 현대인들은 음식문맹(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고, 심지어 우리의 생명을 책임져 주는 생산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소비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문화시간에는 반갑게도 그때 슬로푸드문화원에서 강의해주신 분이 오셔서 말씀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그때보다 더욱 나는 음식문맹처럼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아가 그 선생님이 하시는 그런 일을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가진다면 올바른 음식문화를 알리고 멸종위기에 처한 질 좋은 먹을거리를 찾아내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그런 일이야말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슬로푸드운동이 확산되고 사람들이 ‘빨리빨리’의 굴레에서 벗어나 좀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선생님은 지금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슬로푸드운동에서 찾았다고도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공부를 더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slowfood'를 주제로 한 문화시간 말씀을 듣고 많이 생각하던 문제였지만 내가 먹는 음식, 즐겨먹는 음식이 slowfood인지 생각해 보고 반성할 수 있어서 또한 좋았다.
풀무에서도 학생들이 키운 작물로 밥을 하고 학교 안에 생협이 있어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먹고 있지만 사실 학교 밖에 있는 생산지와 생산자를 알 수 없는 음식도 많이 먹는다. 여기서도 그런데 밖에 나가게 되면 좋은 음식만을 먹고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슬로푸드보다 패스트푸드가 더 많고 아직 우리 의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슬로푸드정신을 꾸준히 가져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바로 알고 자기 몸 뿐만 아니라 넓게는 환경을 위해서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공부를 하며 학교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의 제공지와 들어간 재료 등을 게시해본다든지 하며 어딘가에서 열심히 농사지은 작물이 우리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고 먹으면 음식의 소중함을 더욱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음식시민이란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음식문맹’에서 깨어난 시민을 말한다. ‘음식문맹’을 넘어, 다양한 먹을거리의 문제점을 분석 이해하고, 환경과 건강,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건전하고 발전적인 관계까지 자각하는 시민을 ‘음식시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slowfood’ 소개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