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는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몸과 마음 모두 공부가 필요한데, 몸이 하는 공부가 삶에 필요한 실용적인 공부라면 마음이 하는 공부가 바로 ‘배움’이라고 하셨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공부입니다. 배움을 바탕으로 한 이 공부가 실용적인 공부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 다 여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움으로써 모든 것을 보는 관점이 성장하고, 인격이 성숙하고, 결국 어느 때나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에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제대로 된 공부는 그런 공부겠지요.
근본적인 배움의 의미를 짚어본 게 나름대로 뜻 깊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더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한재훈 선생님은 그 날 처음 알게 되었지만, 무척 특별한 배움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강의내용과는 별개로, 학교를 전혀 안다니고도 저렇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존경스러워지더라고요. 선생님께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교육문제로 혼란스러운 요즘에 청소년인 우리는 공부를 가지고 갈팡질팡합니다. ‘참 공부’, ‘참 배움’이라는 걸 모르는 이도 있고, 알아도 그 실천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를 비롯한 풀무학생들 대부분이 의미는 아는 데 실제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워한다고 봅니다. 그 과정이 많이 어렵고 힘들고 또 두렵습니다. 그런 길을 우리보다 먼저, 어쩌면 우리보다 더 힘들게 걸어오신 선생님의 경험과 생각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배움의 과정은 이야기를 듣기보다 스스로가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었던 게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용기를 갖게 해준 게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건 단순한 고민이 아니라 배움을 바탕으로 한 주체적이고 현명한 고민이겠지요. 결국 배움이 모든 것의 답이라는 말 같습니다.
뜻 깊은 문화시간을 보낸 것 같아 기뻤습니다. 지금도 기쁩니다. 배움으로써 인격이 성숙한다는 걸 가르쳐 준 이 시간이 또 한 번 저를 성장하게 해준 기분입니다. 선생님처럼 살라고 하면 저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못하지 않을까요. 다만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의 자세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동시에 제 삶에도 작은 용기를 품어봅니다. - 2학년 이시원
등허리까지 오는 머리를 댕기매어 감아올려 상투를 트신 머리와 정갈한 한복을 입으신 선생님께선 훈장님께서나 쓰실 법한 감투를 쓰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손엔 정말 볼펜보다도 곰방대가 제일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상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게 젊으셨고 덩치도 크셨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풍겨오는 풍채가 편안했고, ‘~지요’ , ‘~것입니다’ 하는 부드러우면서도 똑똑 맞아 내려오는 선생님의 말투가 듣기 좋아, 해주신 말씀을 거의 끝까지 편안하게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동양고전으로 오랫동안 공부해오신 선생님께선 ‘동양고전을 통한 배움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쥐어주시고 무엇인지 힘차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깊은 산속 울창한 숲 사이에 나 있는 화초의 아름다움, 그윽한 향기가 흘러넘치면서도, 자신은 향기로운 줄 모른다는 난초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 배움이란 것을 말씀 속에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보다도 제 귀를 더 즐겁게 해준 이야기는 선생님의 말씀보다도 몸에 있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하셨을 많은 고민과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선택, 확신에 대한 이야기는 몸이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길게 이야기해 주시진 않았지만, 마음껏 느낄 수 있었던 걸 보면,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정도로 인상깊었나봅니다.^^
그런 선생님의 삶이 멋있어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 질문과 답변으로 얻은 배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선택을 할 때,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요?”
“허허허, 도전과 확신에서 용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작은 아기 새가 날기 위해 나무둥지 아래로 떨어질 때,
온 힘을 다해 날개짓이 하얘질 때까지 날개짓을 할 때,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올라 커다란 숲을 보았을 때,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요? :)
2학년 이영호
시원군과 영호군의 글을 통해 4월 15일 문화시간의 현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동생들의 글을 통해 한번 더 살아갈 힘을 얻고, 하고자 하는 일에 도전과 확신을 품게 됩니다. 풀무 밖에선 정말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을 때엔 풀무의 문학시간과 문화시간, 도서실에서의 고요한 시간이 그립습니다. 제게 있어서 풀무에서 쓴 글이 담긴 생각공책은 커다란 보물입니다. 아직도 그 생각공책 안에 남은 종이에 글을 쓰곤 합니다. 풀무 안에서 끊임없이 계속 이런 '글'을 쓰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또 그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